툰툰하게가 깊고 넓게 들여다본 작품들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아이가 있다.
  예쁘장하지만 숫기 없는 미정을 좋아하던 남자들은 여지없이 다친다. 용기를 내 고백한 이들은 벼락에 맞거나 개울에 빠져 죽었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의심한다. 사고가 아니라 마녀의 저주가 내린 것이라고.
  미정의 고등학교 친구인 동진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사고가 겹쳤던 것이고,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통계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연구를 할수록 '마녀의 법칙'은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정의 반경 10ｍ 안에 들어가고, 10분 이상 함께 자리하며, 열 마디 이상 대화를 나누면 위험해진다.  이름을 알면 사고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사랑을 고백하면 죽음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은 미정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됐고, 아무 감정 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나 동성 선후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동진은 이제 이 법칙에서 예외를 찾기 위해 골몰한다.

  처음에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시작하지만, 뒤로 가면 모든 것이 맞물리면서 빠르게 내달리는 강풀 작가 특유의 흐름이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동진은 조금씩 사례를 모아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실험한다. 오토바이에 치이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면서 '마녀의 법칙' 속 단 하나의 변수를 찾아내고 만다.
  그 변수가 사랑이라는 큰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도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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