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이가 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온갖 시술과 운동을 통해 젊을 적 모습을 붙잡아 두려고 하지만, 인간이라면 나이 듦을 피할 수가 없다.
  웹툰 '현혹'에는 늙지 않는 호텔 여주인 마리사(정화)와 그녀의 노년을 초상화로 남겨야 하는 화가 윤이호의 이야기가 담겼다.
  마리사는 아름답지만,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다. 그녀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면 인간이 아니라고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영원한 젊음이, 마리사에게는 흡혈귀의 피를 받았다는 낙인이자 상징일 뿐이다.

  이호는 '진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그녀의 인생에 대해 듣게 된다.
  마리사의 실제 이름은 송정화이며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이야기, 흡혈귀 사냥꾼 천진린을 만나는 이야기,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중국 상하이에서 조선으로 도망쳐 온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점점 그녀에게 매료된다.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그녀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호텔 곳곳에 낭자한 핏자국, 흡혈거미, 그 주변을 수십 년째 맴도는 사냥꾼, 이들의 이야기를 관객처럼 지켜보는 화가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를 동정하면서 동시에 의심한다.

  실제 인물은 영원히 아름답고 젊은 얼굴을 유지하고 초상화 속의 모습만 점점 노화한다는 점에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떠오른다.
  다만 아름다운 얼굴에 악한 심성을 지닌 그레이와는 달리 정화에게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매사 차가운 얼굴의 정화는 이호가 그린 자신의 노년 초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미소를 짓는데, 그 때 가장 생기가 돈다.

  노화는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