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과음했다면 해장국 생각이 간절하다. 오전 업무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면 매콤한 음식이 당긴다. 식사를 건너뛰고 커피에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어도 된다. 혹여 시간에 쫓겨 메뉴를 정하지 못했더라도 한식 백반이 있으니 큰 문제 없다.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나올 때의 기쁨. 어쩌면 먹는 문제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닐까.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도 있으니. 

    🌰 그런 점에서 심모람 작가의 '차린 건 없지만'은 다르다. 

    스스로 '의욕도, 기력도 없는 만화가'라고 소개하는 작가는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끼니를 때운다.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정성껏 요리하는 모습은 없다. 가위 하나로 모든 요리를 끝내고, 식사 대용 알약을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말 그대로 '차린 건 없는' 식사인 셈이다. 

    그러나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살기 위해 냄비 가득 달걀을 삶고, 옛날 소시지를 하나씩 굽다가 결국 부침개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다. 냉동식품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윽고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은 꾸밈이 없다. 

 

    🌰 많고 많은 '먹는 웹툰' 중에 왜 이 작품일까. 
 

    제목 그대로 차린 게 없어서다. 한 상 가득 거창하게 준비한 음식이 아니라 솔직한 밥상이기에 누군가는 짠하다고 느낄 테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100회를 이어오며 조금은 발전하는 음식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덧 / 보면서 가장 웃었던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도마가 없어서 소시지 포장지 위로 칼질하는 장면을 보면서 CCTV가 달려 있는지 두리번거렸다. 이 사실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