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그런 순간 있지 않나요? 

    대학 친구들과 만난 어느 날, 한 친구가 말을 꺼낸 적 있다. 
    회사, 집, 회사, 집을 오가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아무 일' 없이 연차 휴가를 썼다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길게 늘어서 먹지 못했던 브런치를 여유롭게 먹고, 만화 카페에서 한참 뒹굴뒹굴했단다. 평소 스케줄러를 챙겨 다니는 '계획형 J'의 일탈이었다.

    살다 보면 문득 생각에 빠지는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인가?', '다른 사람들은 잘나가는 데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들. 어쩌면 그보다 사소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누군가는 운동으로, 또 다른 이는 친구들과의 대화로 응어리를 풀겠지만, 그마저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언가를 할 힘도 없다고 해야 할까. 

    🌰 꾸역꾸역, 아등바등…인생의 '쉼표'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주영현 작가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연인과의 이별, 엄마의 교통사고, 만만치 않은 회사 생활. 26살 '여름'에게는 모든 게 벅찼다. 반짝반짝 빛날 줄만 알았던 20대 청춘의 나날은 그에게 버거웠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와 집을 오가고, 싫어하는 선배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 채 꾸역꾸역 그저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건 여러 이유에서일 테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에 지쳤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것조차 잊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일 수 있다. '여름'은 자발적 백수로서 새로운 곳을 향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저 '되는 대로'다. 

    평일 한낮의 한가로움, 책장을 넘길 때 소리, 누군가와 진심으로 나누는 대화…. 바쁘게 살아온 나날 속에서 잊고 있던 무언가가 '여름'의 마음을 툭 건드린다. 

    🌰 한 편의 에세이처럼…드라마와 함께 봐도 OK

    잔잔한 이야기 속에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뭉클해진다. 
    '여름'이 툭 하고 내뱉는 대사에 고개 끄덕이며 '나도 그랬었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 보기 편하다. 

    김설현, 임시완이 주연한 드라마도 있어 함께 보기 좋다. 
    웹툰에서는 화려하지 않은 그림체에 담긴 잔잔한 호흡을, 드라마에서는 '여름'이가 풍덩 빠져들었던 바다와 시골 마을 도서관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