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동경해 온 과외 선생님, 일편단심 순정파 회사 동료, 10년째 나에게 집착하는 선배까지 세 명의 남자가 나만 바라본다.
  순정만화 속 클리셰(Cliché)이자 여성 판타지 같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주인공인 '나'도 남자라는 점이다.
  BL(보이즈 러브)의 외피를 쓴 '비밀사이'는 철저히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이야기다.
  다정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재민, 거칠지만 나에게는 헌신적인 수현, 건실하고 믿을 수 있는 성현까지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연재 당시 독자들은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와 주인공 다온이 맺어지기를 바라면서 팬덤까지 형성했다.

  꼬이고 꼬인 넷의 관계에서 원인을 찾자면, 다온의 결핍을 빼놓을 수 없다.
  다온은 가난한 집안의 네 남매 중 맏아들이다. 생활력 없는 부모님 대신 온 가족을 부양해 온 그는 대기업에 입사한 뒤로 연을 끊어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가난과 가족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돈이 부족한 부모님이 회사 앞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아버지의 입원이나 여동생의 학업 등 돈이 들어가는 일은 계속 생긴다.
  결핍에 시달리던 다온은 너무 잘나 보이는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면 믿지 못하고, 오히려 개차반들에게 쉽게 애정을 내주기도 한다.

  다온은 세 명의 남자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락가락한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거리를 두는 재민, 집착하듯 매달리는 수현, 언제까지고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성현 등 세 남자 중 누구 하나를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애매하게 여지를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쉽게 약속을 어기며 주변 인물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중요한 순간에 전화도, 문자도 안 받는 다온의 모습을 보면 작품 밖 독자임에도 화가 치밀어오르게 된다.
  종국에는 독자보다도 다온을 묵묵히 기다려온 성현이 다온의 손을 잡는다.
  꽉 닫힌 해피엔딩을 보면 조건 없고, 무한한 사랑만이 밑 빠진 독과도 같은 결핍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