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문대의 외모가 경험치를 쌓으면서 서서히 카메라 마사지를 받는 연예인처럼 점점 잘생겨진다는 것이 원작의 설정이다. 하지만 웹툰 주인공을 처음부터 못생기게 그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작품 속 박문대의 외모는 이미 1화에서부터 완성형처럼 보인다.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을 고민했고 어떻게 결론을 내린 것인지 궁금하다.

🖋️ = 그렇지 않아도 1화 테스트를 하면서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모텔에서 깨어나는 장면의 문대를 그릴 때, 사실 처음에는 지금보다 꼬질꼬질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초반 홧수가 웹툰의 첫 인상이기도 하고, 원작 팬분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도 있을 터라 회사와의 상의 끝에 지금과 같이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돌‘스러운 미형을 가져가면서도 그림으로 외모의 변화를 표현하기에는 캐릭터 디자인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더라고요. 외적인 부분에서 개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고요. 지금은 외모의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사소한 디테일에 변화를 주고, 여러 이펙트를 컷에 사용해 주변인이나 팬들에게 주목받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웹툰 작업이 처음이라, 작화가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문대가 더 잘생겨질 수 있지 않을지... 미래의 자신을 믿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웹툰은 등장인물의 머리색과 스타일, 의상 등으로 인물을 구별한다. 하지만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삼을 경우 염색과 스타일 변화가 잦다. 주인공인 박문대만 하더라도 작 초반에는 흑발이다가 금발로 염색하고, 나중에 데뷔앨범에서는 다시 흑발로 돌아온다. 소설이야 그러려니 하고 읽지만, 웹툰으로 만들면 독자들이 인물들을 헷갈릴 수도 있을 듯하다. 어떤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지.

🖋️ =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눈꼬리와 눈썹, 표정이나 이런저런 세부 묘사에 차이를 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웹툰은 세부 묘사를 눈여겨보기보다는 머리색이나 헤어스타일로 캐릭터를 구분하는 일이 많다보니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지금은 작화를 하는 과정에서 각 캐릭터의 ’모든 시기에 걸쳐 변하지 않는 두드러지는 특징‘을 하나씩 잡고, 표정이나 태도, 자세 등으로 차이를 주며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주요 인물의 머리 색도, 같은 시기에는 같은 흑발이라도 한 명은 보라색톤의 흑발, 한 명은 갈색 톤의 흑발.. 이런 식으로 원고 상에서 눈에 보이는 차이를 주려 합니다.

🍚 제각기 다르게 잘생긴 사람을 여럿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테스타(작중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얼굴/체형 특징을 잡을 때 각각 어떤 점을 강조하려고 했는지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린다.

🖋️ = 문대의 경우 ’강아지‘와 ’티벳여우‘로 동시에 표현되는 귀여우면서도 뚱한 인상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아현이는 원작에서 잘생겼다는 묘사가 반복해서 나오기도 하고... 카카오페이지의 인터뷰에서 ’눈이 예쁘게 빛나 이름에 ’빛날 현‘자를 썼다’는 말을 보고 반짝이는 외모로 묘사해보았고요. 세진B는 짙은 눈썹과 은근히 새침한 눈매, 시원시원하게 웃는 모습을 특징으로 두고 그리고 있습니다. 세진A는 예민해보이는 눈매와 표정, 그러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염두에 두고 그리고 있어요. 청우는 어른스러워보이는 미소나 굵은 선을 의식하고 있고요. 래빈이는 캐릭터 시트를 짤 당시 받은 설정안에 ‘살벌하지만 잘 보면 곱상하다’는 묘사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계속 생각하며 그리고 있습니다. 유진이는 고양잇과의 빤~히 보는 눈매와 송곳니를 매력포인트로 삼아 묘사하고 있어요.

    문대와 세진A의 경우 테스타 멤버들 사이에서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평균적으로는 큰 키거든요. 그래서 어느정도 다듬어진 체형으로 그리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대의 경우, '아이돌주식회사'(작중 서바이벌 프로그램) 초반에는 꽤 말랐다는 묘사가 있어서... 반소매를 입는 등 몸선이 잘 보일 때는 마른 느낌이 살도록 신경쓰고 있어요. 래빈이와 유진이는 둘 다 스트릿패션이 어울리는 체형인데, 둘이 살짝 결이 다를 것 같더라고요. 래빈이는 옷을 입으면 핏이 멋지게 떨어지는 몸, 유진이는 길쭉길쭉 호랑이 같은 체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우는 운동선수 출신이다보니 탄탄한 체형을 고려하며 그리고 있어요. 세진B도 체격이 큰데, 둘이 몸을 관리한 방식이 다르다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생각하며 묘사하고 있답니다. 아현이는 무용을 했고, 원작에서 체형에 관한 묘사가 가끔 나왔기 때문에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다소 크면서도 선이 곧고 길쭉한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원작에서 인터넷 여론, 커뮤니티 반응을 보여주는 구성이 계속 등장하는데 이는 소설에서는 생동감과 현실감을 불어넣는 장치다. 하지만 웹툰에서 다 담기에는 꽤 긴 글자들의 나열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찾고 있을까.

🖋️ =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어요. 글을 비주얼 안에 녹여낼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웹툰의 장점이니까요.

    (각색 작가) 장진님이 콘티에 커뮤니티 반응을 잘 살려서 연출해주시고 계세요. 모바일로 많이 보는 웹툰 특성을 활용해,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이트 캡쳐를 보는 느낌으로 구성하니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설프게 구현하면 현실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실제 모바일 화면에 가깝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직접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주어 재미있게 느끼시도록요. 다만 가독성을 고려해 글자 크기는 실제보다 크게 넣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디자인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 결국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무대가 가장 중요하다. 노래도 춤도 웹툰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노래 같은 경우 원작에서는 가사와 묘사 뿐이다. 각색 작가와 어느정도 틀을 잡아놓고 거기에 춤 동작을 입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 = 이 부분은 각색 작가님과 정말 열심히 상의하고 있습니다. 춤은 액션장르의 전투씬과도 또 달라서, 춤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역동적인 구도를 잡거나 연속되는 동작을 세세하게 묘사하면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각 무대의 안무 포인트를 몇 장면 잡아내어 실제 아이돌무대라면 ‘사진으로 찍힐만한, 캡쳐로 돌아다닐만한’ 장면을 살려보고 있어요. 대부분의 연출은 각색 작가님이 정말 멋지게 표현해주셔서, 콘티를 봤을 때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며 작업하고 있고... 그리다가 몇몇 장면의 경우 구도를 바꾸어 제안드리거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노래나 안무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라이팅이나 무대의 배경 스크린 디자인을 많이 고민하며 디자인하고 있답니다. 의상도 디자인하고, 스케치하고, 소재를 배치하고, 보정본과 편집본이 나오면 다시 검수하고, 수정하고... 제작 환경과 표현 매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첫 무대는 정말.. 몇 달을 장진님이랑 피눈물을 흘리며 다듬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함께 고생해주신 모든 스탭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 '아이돌 주식회사'의 시청자였다면 어떤 출연자의 주식을 매수했을 것 같은지. 데뷔조에 들지 못한 등장인물 중에 가장 눈에 밟히는 인물이 있을까.

🖋️ = 어떤 출연자의 주식을 매수했을지~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사실 혼자 앉아 그림을 그리다보면 이름이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에게까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서사를 부여하고 정을 붙이게 되거든요. 거기 나온 어린 친구들이 모두 데뷔는 못 했더라도 경험을 발판삼아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곤 합니다. 너무 동떨어진 대답인가요? 어쨌든, 대답은 모두가 눈에 밟히는 걸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