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즈너상 후보에 '수평선'이 올랐다. 최근 출판되기는 했지만, 웹툰으로 만들어진 지 8년 정도 된 작품이다. 근작이 아님에도 후보가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평선'의 어떤 부분이 미국 만화 평단의 마음을 두드렸다고 생각하시는지.

🖋️ = 수평선 작업 당시 이 작품을 하는 것 말고는 삶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작업에 삶과 진심을 담아서 그렸는데 그래서 어떤 독자 분들에게는 깊은 울림이 되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점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작품에 담긴 제 진심을 처음부터 알아봐 주시고,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울트라미디어 김준영 대표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수평선'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이 은유 같다. 이상한 남자, 도시에 혼자 남은 스나이퍼, 무언가를 기다리던 노인 등. 순수한 존재가 먼 길을 떠나면서 이상한 어른들을 만나는 '어린왕자' 같다는 느낌도 있다. 이상한 남자와 스나이퍼는 작중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 = 처음 만나는 남자는 망가진 세계에서 인간의 동물적인 면, 혹은 감정을 상징하고, 두 번째 남자는 이성에 의한 판단을 상징합니다. 망가진 감성과 이성을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들입니다.

🍚 디스토피아 배경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다. 세계가 멸망했다고 하는데, 뒤에는 군대가 나오기도 한다. 소년이 늙고서 바닷가에서 살아갈 때는 세상이 재건된 것인지.

🖋️ = 소년이 늙었을 때 세상은 이미 스스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바닷가의 소년의 집 근처에 찾아온 신혼부부도 회복 불가능한 상처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소년의 상태이기도 하며 모든 사람들이 이미 처해있거나 언젠가 처하게 될 상황이기도 합니다. 모두 결국 죽으니까요.

🍚 소년과 소녀는 일종의 시험을 통과해 도시를 떠난다. 만약 소녀가 묶여있던 남자를 풀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그간 아이들이 먹은 건 인육일까?

🖋️ = 풀어주지 않았더라도 소녀에게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소녀는 사람을 죽이거나 죽일 의향이 없기 때문에 양복 입은 남자는 소녀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만, 소년이 남자를 쏘는 시험에서 탈락한다면 소년은 양복남자에게 죽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먹은 건 인육이 맞습니다. 양복 입은 남자에게 있어 인간은 사실 생각하는 고깃덩어리고 죽은 시체는 정말로 고깃덩어리에 불과합니다.

🍚 사실 소녀가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지옥 같은 세상에서 유일한 동반자였던 소녀를 죽여야 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 = 소년 소녀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영원히 앞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길에는 언제나 끝이 있고 그 길 끝에는 인간이 스스로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깊고 어두운 바다가 있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길의 끝에 도달한 것이죠.

🍚 흑백으로 진행하다가 중간에 채색한 컷들이 등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주로 흑백으로 그려낸 이유는?

🖋️ = 어려서부터 흑백만화를 즐겨봤고 작품 분위기에도 흑백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다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흑백으로 그리는 편이 좀 더 효율이 좋았습니다. 중요 장면에서 컬러가 나올 때 힘을 더 실어줄 수도 있고요!

🍚 제목은 왜 '수평선'일까.

🖋️ = 하늘과 바다가 닿는 그 선이 작품 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처음 만화가가 된 계기는. 함께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데뷔 시점과 계기 등을 풀어주시면 좋겠다.

🖋️ = 20대가 되자마자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등학생 때 졸업작품으로 그린 작품인데 이걸 인터넷에 업로드 했고 반응이 좋아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게 되어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 여러 작품에 걸쳐 기독교적인 상징을 많이 활용한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작가님의 종교와 연관이 있는지.

🖋️ = 넵 사실 연관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기독교 복음을 주제로 두고 항상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 차기작을 작업 중인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 = 차기작은 열심히 작업 중에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 군상극인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다른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을 목표로 제시한 것을 봤다. 이를 위한 작업들도 하고 있는지.

🖋️ = 영화 제작도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결국은 만화 원작을 통해 영화화를 시도해야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때문에 신작 웹툰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수평선'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가 계속 맴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

🖋️ = 어디를 향해 가게 되는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 우리는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저 또한 계속 나아가면서 제 고민과 답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