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웹툰 신작 속에서 가장 먼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섬네일과 제목을 잘 선택하는 것이 필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표지에 주황색 '19금'(청소년 열람 불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표지와 제목이 슴슴해도 '19금' 딱지만 있다면 은근히 기대하면서 보는 독자들이 생긴다.
    '자기 자?'는 이런 점을 아주 영리하게 파고든 웹툰이다.
    로그라인은 한 부부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개그 판타지 일상물로 채웠다.
    '뜨밤'을 보내고 싶은 아내 우선의 헛발질과 남편 주태의 철벽 방어가 주된 줄거리로, 이 과정을 로맨스 웹툰 '유미의 세포들'보다도 건전하게 연출했다.

    🍿 혼이 쏙 빠지는 전개,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

    부부의 일상 이야기에 익숙해질 때쯤 '자기 자?'는 독자들을 태우고 핸들이 고장 난 트럭처럼 난폭운전을 시작한다.
    개성 강한 주변 캐릭터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엔진 삼아 내달리다 보면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다.
    태양은 이상형이 금발에 근육질인 남자지만, 이상형 남자를 만나면 인생이 평탄하지 않다는 무당의 조언을 듣고 여자를 소개받는다.
    예나는 산속 초가집에서 댕기 머리를 한 남자와 만나 교제를 시작하지만, 귀신이 아닐까 계속 의심받는다.
    모든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남자 캐릭터는 도로에서 만난 입이 찢어진 처녀 귀신에게도 작업을 걸고, 햄스터는 자유를 꿈꾸며 가출했다가 비둘기의 도움으로 귀가한다.

    🍿 "그래서 이게 왜 19금인데요"…독자의 댓글로 완성된다

    이 웹툰의 묘미는 독자 댓글을 보는 데 있다.

    매화 "이쯤 되면 전체 연령가로 가자"라거나 "작가님은 애들이 웹툰 보는 게 싫어서 '19금'을 건 것 아닐까", "처음에는 '19금'이라서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왜 보는지도 모르게 그냥 보고 있다"는 독자들의 원성 섞인 댓글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19금'을 기대하고 왔다가 매화 실망하고 돌아가는 독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