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덜덜덜 남극전자(이하 남극전자)는 신입사원 김정훈이 남극전자라는 기업에 취업해 겪는 이야기이다. 취업하고 보니 동료들은 사람과 동물이 섞여있다. 곰, 펭귄, 판다 등등이 야생보다 살벌하게 생존 경쟁을 펼치는 이 곳에서 김정훈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 아니, 정년퇴직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남극전자는 언뜻 수인들이 등장하는 병맛 개그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섬세한 직장생활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최근 주인공이 자본주의적 먼치킨의 면모를 뽐내는 기업 배경의 회귀물이나 환생물이 범람하는 가운데, 남극전자는 소소한 회사 생활이 주는 희로애락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우선 반갑다.

    남극전자의 가장 큰 장점은 과도한 낙관주의도, 잔인한 냉소주의도 모두 택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예컨대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발버둥치다 경쟁에서 밀린 인턴에 대해, 회사는 성과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과 그럼에도 개개인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측면을 모두 그려낸다. 회식으로 개인 시간을 빼앗으려는 부서장이 못마땅한 젊은 사원들의 시선과, 부서내 화목함을 위해 고심 끝에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모임을 추진하는 부서장의 고뇌를 모두 비춘다. 

    남극전자는 그런 식으로 섣불리 누가 옳거나 나쁘다고 판단하기보다,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나쁜 놈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남극전자는 고발보다는 화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쾌한 응징이 아닌 따스한 위로, 딱 그정도를 기대한다면, 남극전자는 퇴근 후의 제법 괜찮은 위로주 한 잔이 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기준 281화까지 연재.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들이 매듭지어지면서 조금씩 완결로 나아가는 듯한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