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좀비 세상 속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가던 부녀. '위험한' 이방인과 마주침을 시작으로 세상으로 나간다.

    이직로그'는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프로그래머 주인공 '맥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장르 작품이다. 대인기피증에 존재감 제로인 주인공이 돋보이는 외모와 뛰어난 사교성, 흠잡을 곳 없는 실력의 소유자인 여성 '조이'와 엮이면서 자신의 미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 혹은 성장해 나가는 -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이다.

    🍳일상적  사건들 속 생각보다 큰 감정의 진폭

    도파민 대폭발의 시대 미공개분 포함 40회 가량 연재가 됐지만 이 작품에선 '극적인' 사건을 찾기 어렵다. 야근, 회식, 스터디, 일떠넘기기 등등 클리셰라고 보기도 어려운 일상적 사건들이 이어진다. 해고를 피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목숨을 걸고 맞서야 하는 빌런도 없다. 맥스도 일부 주인공 버프를 받기는 하지만 그의  영웅적 행위는 언제나 일정한 현실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선사하는 감정의 진폭이 작은 것은 아니다. '이직로그'의 히로인들은 갑자기 찾아온 로맨틱한 감정 앞에서 예상치 못한 날카로움과 파악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함을 오가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끈다. 작화 자체가 뛰어난 작품은 많지만, 그 작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조이를 비롯한 주요 히로인의 '표정'을 통해 작가는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다층적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지지부진한 '고구마 전개'는 하지 않으니, 남녀 사이의 섬세한 감정의 진전을 현미경처럼 포착해 다루는 작가의 역량엔 손뼉을 칠 수밖에.

    🍳결국은 '이직'을 고리로 하는 사랑스러운 성장극

   작품은 '사내 연애'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성장이 주제로 읽힌다. '이직'은 결국 도전이며,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스스로를 던져넣는 선택이다. 맥스는 자신의 이직, 타인의 이직 앞에서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며 스스로를 가둔 껍질을 조금씩 깬다. 그리고 맥스의 작은 용기와 배려에 주변의 동료들이 그의 매력에 빠지는 과정이 - 판타지적이긴 하나 - 매우 정성스럽게 그려진다. 영락없는 '아싸'일 것 같았던 주인공이 머리 만지고 옷 신경 쓰니 순식간에 매력남으로 변신하는 전개는 또 다른 서글픈 리얼리티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