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사원'을 그리게 된 계기는. 언제부터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였는지. 아이디어도 신선하지만,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점이 계속 작품을 보게 하는 매력 같다. 총 분량과 이야기 결말을 정해놨는지.

🖋️ (네온비) = 당시에 차기작을 구상하면서 여러 소재를 떠올렸다. 그중 괜찮은 소재의 키워드들을 엮고 ‘음식’이라는 콘셉트를 입히니 <지옥사원>의 대략적인 시놉시스가 나와 발전시켰다. 영화 <마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7년 정도 연재 계획, 대략 500회 정도의 분량을 생각했다. 어느새 절반 조금 넘게 달려왔고, 결말은 구상해두었다. 카카오웹툰에서 허락해주신다면 힘닿는 데까지 연재하고 싶다.

🍚 악마가 지옥을 벗어나서 인간계로 가게 되는 이유, 인간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성공하려 하는 원동력으로 '식탐'이 꼽힌다. 이전에 쓴 <다이어터>와도 연결되는 소재인데, 작가님 본인이 음식에 진심이어서 이런 설정을 쓰신 것인지. 왜 수많은 이유 가운데 어떻게 보면 귀엽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식탐'을 골랐는지.

🖋️(네온비) = 식탐보다는 ‘음식’이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했다. 쿼터의 식탐도 ‘음식’이라는 주요 소재에서 파생된 캐릭터의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사람들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에 채택했다. 사람은 결국 먹고 자고, 일하는 데 인생의 많은 시간을 쓴다. <지옥사원>은 그 중 ‘먹고,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다이어터>와 연결되거나 공통된 소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웃음)

🍚 제목이 왜 '악마사원'이 아니라 '지옥사원'일까 궁금했는데, 후기를 통해 사실은 '헬 템플'이라고 설명하셨다. 좀 더 의미를 풀어주실 수 있을까.

🖋️(네온비) =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인간 세상이 큰 의미의 사원(寺院)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사원’은 만화 속에서 인간계, 지옥계 모두를 의미하는 단어다. ‘악마사원’이라면 주인공 개인에 한정된 제목일 텐데, ‘지옥사원’은 더 큰 의미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어 자체로만 본다면 회사원으로서의 ‘사원’, 종교적 느낌의 ‘사원’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인간계 / 지옥계를 ‘사원’이라는 이미지로 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담긴 제목이다. 캐릭터의 서사 관련해서 모래 ‘사(沙)’ 라는 한자의 의미를 넣기도 했다. 모래처럼 사라지는 존재도 있고 실제 모래가 되어버리는 캐릭터도 있다. ‘모하비’도 모하비 사막 이름에서 따왔다.

🍚 기업 C라인에 가까울수록 '쿼터'가 면접이나 연수원에서 낸 아이디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기업 경영은 악마적인 마인드와 맞닿아 있다고 보는지.

🖋️(네온비) = 개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일이 경영 마인드와 닿는 지점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 악마가 불행구슬을 대거 얻기 위해 테러를 일으키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정화 시스템 때문에 갇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테러를 일으키고 휴먼다이버가 지옥으로 귀환하면 감금은 빙의됐던 인간만 당하는 것 아닐까.

🖋️(네온비) =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지옥사원>의 세계관에서는, 악마들이 인간을 그저 불행구슬 낳는 가축처럼 생각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예로 들면, 배를 갈라 얻기보다 거위를 지속적으로 키우며 꾸준히 황금알을 받는 게 이득이지 않나. 지옥에서도 불행구슬을 생산할 전체 인간의 수를 줄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 높은 지위의 인간이 사회에 더 많은 불행구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시시때때로 씨위드네 부서가 탐욕이나 시기 등의 영상을 틀어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순무가 선하고, 중규가 악했던 이유는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서 이 같은 악마의 영상에 노출되는 빈도가 달랐기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다.

🖋️(네온비) = 인간의 핵심적 성정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10~20% 정도만 환경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말씀하신 '악마의 영상'은 중규의 나쁜 본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빈도수만으로 사회적 지위에 따른 선악 차이가 생겨나진 않는다.

🍚 악마 '쿼터'가 조종할 때의 순무와 인간 순무를 그릴 때 어떤 부분을 다르게 그리는지 궁금하다. 눈 색깔이 같아져도 인상이 굉장히 달라지는데 비단 표정 뿐만 아니라 자세나 헤어스타일에서도 차이를 두는지?

🖋️(캐러멜) = 외형적으로는 동공 크기와 눈매 정도만 차이를 둔다. 아마 움츠러드는 순무 / 근거 없이 당당한 쿼터의 행동과 대사 차이로 인해 둘이 좀 더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순무와 쿼터를 똑같이 그린대도, 인물 주변의 배경이나 이펙트 효과로 인상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 악마와 접촉하고 계약하면서 송아리, 정선호의 인상이 점점 달라졌다는 독자 반응도 있다. 실제로 이를 의도한 것인지.

🖋️(캐러멜) = 그림체를 좀 더 정갈하고 단정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스태프들이 작품에 채색과 이펙트를 더하며 분위기와 연출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언급하신 연출이 일부분에서는 의도한 바도 있는데, 캐치해 주신 독자분들의 눈썰미에 감사하다.

🍚 제각기 다른 8대장 악마의 디자인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캐러멜) = 뾰족뾰족한 뿔, 둥글둥글한 이미지, 곡선의 조화를 생각해 구상했다.

보통 떠올리는 잔혹하고 무서운 모습보다는, 귀엽고 친근감있는 느낌의 악마들을 만들고 싶었다. 8대장 악마의 역할이 다른 만큼, 각 악마들의 특성에 따라 디자인 모티브를 달리 했다. “모하비는 앉아서 연구만 하는 콘셉트니 거북목이 아닐까” 라는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 늙은 신부님은 악마가 쾌락을 좇는다고 했지만, 실제 지옥은 밥(불행구슬)도 맛이 없고 취미랄 것도 없는 곳 같다. 지옥이 커다란 회사 같아 보이는 것이 제 착각일까. 지옥의 모습을 디자인할 때 참고한 지옥도가 있을까.

🖋️(캐러멜) = 지옥의 모습은 연재분의 <특별편 : 지옥편> 에서 슬쩍 언급했던 기억이 나는데, 만화 연재 전 봤던 ‘안토니 가우디’ 전시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작가들의 머릿속에 있는 지옥 풍경에 안토니 가우디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접목했다.

🍚 가장 스타일 변신을 많이 하는 캐릭터는 골드 그룹의 김중규 회장이다. 중규 패션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

🖋️(캐러멜) = ‘목도리 도마뱀’에서 착안했다. 정선호나 엄 실장처럼 지옥사원에 나오는 고위층 인물들은 대체로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다. 그와 대조되도록 김중규는 최대한 천박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감초같이 튀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화려한 패턴들도 많이 사용했다. 중규는 펜선으로 옷을 그려두면, 채색 담당 스태프님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패턴을 잘 넣어주신다.

🍚 두 작가님은 '인간다움', '인간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톨스토이 식으로 질문하자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이 무엇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화를 통해 공손어를 갖추게 되는 '쿼터'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옥을 이용하는 정선호를 악마와 인간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캐러멜) = 인간성은 ‘남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 우리 만화에서 인간성의 척도를 ‘고통의 공감’, ‘슬픔의 공감’ 등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있다.

🖋️(네온비) = 저의 다른 작품인 <미완결>에서, ‘진짜 착한 사람과 착한척 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나’라는 대사가 있다. 인간은 진짜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면, 악마는 ‘착한 척을 열심히 하는 것’까지는 흉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선호는 시즌 1부터 선하게만 그려지지 않았다. 꾸준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계산된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하고, 차 뒷좌석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의 목을 스카프로 조르기도 한다. 독자분들은 상황에 따라 정선호를 다양한 시각으로 판단해주신다. 선하게도 많이 보시고. 정선호를 선한 인물, 악마 같은 인물 어느 한쪽 색깔로만 표현하려고 의도하진 않았다. 그러고보니, ‘인간다움’, ‘인간성’ 도 긍정적인 의미만 담은 단어는 아니지 않나. 정선호는 무척 ‘인간적’ 이다.

🍚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수원과 대기업의 내부 모습, 인간군상, 의사결정 방식 등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어떻게 자료조사를 하고 자문을 얻었는지 조금 풀어달라.

🖋️(네온비) = 저희들 작품 중에서 <지옥사원> 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자료나 취재가 필요할 때마다, 운이 좋게도 이를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존재했다.

다양한 직업군의 지인들로 인해 도축장도 직접 가보고, 대기업 관련해서도 조사를 많이 했다. 고위 직급의 의사결정 방식 같은 것도 자문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은 대기업 출신의 객원 스태프분께서 주기적으로 작품을 감수하고, 컨설팅해주고 계시다. 그런 점들이 우리 만화의 디테일과 현실감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 작품을 오래 연재하다 보니, 식품 대기업 관련 용어나 주제는 대부분 다 알아듣고 스몰 토크도 잘 나눈다. 식품 관련 뉴스나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예전보다 보이는 게 많아져서 재미있다.

 🖋️(캐러멜) = 작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관계자분들도 계속 진급을 하시면서, 지금의 팀장/과장급 직원들이 어떤 과정으로 올라왔는지도 듣게 되었다.

🖋️(네온비) = 인간군상과 관련해서는, 저는 20대 초반부터 데뷔 후 세 번째 작품까지 쭉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접해봤던 부분들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과연 악마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 독자들마저도 '쿼터'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거나 악마적인 사고방식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 불만을 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반 케이크 에피소드로 보인다. 악마에게 열광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신다면.

🖋️(네온비) = 저는 이 에피소드를 좋아한다. 큰 갈등 없이 착한 에피소드다. 요즘은 땀 흘리고 노력하는 주인공보다 처음부터 세고, 강하고 막힘 없는 캐릭터를 선호하지 않나. 가끔 쿼터가 활약하지 못했을 때 답답해하시는 부분도 시류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상들이라 생각한다. 곧 쿼터와 순무에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켜봐달라.

🍚 두 작가가 함께하는 가장 긴 작품이 될 것이라고 후기에서 말씀하셨다. 왜 '책장의 한 줄을 꽉 채우는' 장편을 하고 싶었는지. 차후의 계획은?

🖋️(네온비) = 책장의 한 줄을 꽉 채우는 장편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개인적인 로망이다.  저는 캐러멜 작가님과 협업하는 작품의 대표작이 <지옥사원>이길 바란다.

    그림 캐러멜, 글 네온비. 이 조합으로 하는 작품으론 <지옥사원> 이 마지막일 것 같다. 캐러멜 작가님이 기획이나 콘티,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다. 콘티 작법서도 내셨고. 장기적으로는 저와 같이 스토리 파트에서 같이 작품을 프로듀싱하고 콘티 작업을 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 지금은 다른 포지션이라, 저희가 쉬는 날이 달라 좀 아쉬울 때가 있다. 글, 그림 파트로는 마지막 협업작인 만큼 최선을 다해 장편을 마무리하고 싶다.

🖋️(캐러멜) = 연재 5년 만에 큰 상(작품은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체부장관상을 받았다)을 받아 놀라운 마음도 크고, 오랜 시간 꾸준히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가장 감사드린다. 긴 흐름을 가지고 가며 저희가 생각하는 재미와 메시지를 잘 표현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매주 집중과 정성을 쏟아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도 기대해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