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앵무살수」에는 낭만이 있다

   「앵무살수」는 불로불사의 비밀이 담긴 경전을 가진 미려와 그녀를 지키려는 살수 소하의 이야기다. 여기에 경전을 빼앗으려는 막강한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은둔 고수들, 사사로운 욕망에 취해 이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무협이 원래 그러하듯, 주요 인물들은 강자다. 하지만 「앵무살수」에서 이들은 대체로 비주류다. 영웅도 악당도 그렇다. 진정 강한 존재는 고독하다. 주류는 허망한 욕망을 따르다 자멸한다. 서러움 없이 ‘아웃사이더’의 길을 걷다가 문득 지켜야할 것이 생기는 순간, 그들의 진정한 강함이 전면에 드러난다.

   미려를 수행하던 노인은 자신을 비웃는 적 앞에서 죽음을 직감하고 “나는 팔십 평생 중 지금이 제일 강하다”라고 읊조린다. 누이를 잃은 기억에 갇혀 술만 마시던 게으른 천재는 첫눈에 반한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 고통을 감내하는 태도에 대하여

   작가는 크고 작은 인물이 마주한 결단의 순간에 조명을 비추는데 선과 면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진정한 낭만은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 고통을 감내하는 태도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웹툰에서 보기 드문 밀도 높은 흑백의 그림은 독자로 하여금 오롯이 장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극도의 클로즈업과 롱샷을 오가는 다양한 앵글과 컷과 컷 사이 능수능란한 호흡 조절은 흑백이라 심심하거나 답답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기우로 만든다.

   강과 안개, 숲과 번개에 대한 수준 높은 묘사는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사각의 테두리를 자유롭게 오가는 효과음(및 지문) 덕분에 BGM이 없어도 거친 바람 소리, 바람에 쓰러지는 갈대 소리, 갈대 위를 달리는 경공 고수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절정 고수임을 입증하는 작화와 이야기

   결말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앞선 이야기 전체와 호응한다. 작품의 마무리는 작가의 기획력과 절제력이 이미 ‘절정’(무공 경지에서의 절정)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

   모바일 시대 트렌드에 적응하려다 아쉽게도 길을 잃은 몇몇 작품을 떠올려보면, 김성진 작가는 마치 소하의 검처럼 자신의 펜을 휘두른 것 같다. 그의 스승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태풍이 온다고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더냐.”🍳